https://youtu.be/M9NCM08ymV0?si=ECNAtDwi2U7YODv0
탱고와 관련한 여러 작품을 남긴 아스토르 피아졸라 (Astor Piazzolla)의 명작이다. 작품 자체에 대한 인지도도 비교적 부족한 편이다. 피아졸라는 아무래도 리베르탱고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연주자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플룻 연주자, 엠마뉴엘 파우드 (Emmanuel Pahud)와 크리스티안 리벳 (Christian Rivet)이다.
한국어로는 '탱고의 역사'로 번역된 이 곡은 총 4곡을 모아둔 모음곡 형태다. 그 중에서 비교적 길이가 짧고 경쾌한 리듬을 가진 Night-Club 1960은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을 멜로디와 리듬을 가졌다 생각한다. 기본 구성은 플룻-기타이긴 하지만 솔리스트-반주자의 구성으로 해석되어 바이올린-피아노, 플룻-하프 등등 여러 조합의 연주가 존재한다. 그래서 이 감상문에선 곡의 구조적인 감상평에서는 '솔리스트-반주자'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고 곡의 연주 감상평에서는 '플룻-기타'라는 용어를 이용할 것이다.
피아졸라의 작곡 스타일답게 반음 상향진행으로 곡의 시작을 알린다. 반주자가 정해주는 이 리듬은 사실 단순하지만 이어서 뒤에 나오는 반주자의 당김음, 탱고식 베이스 리듬을 이어나가는 형태는 듣는이로 하여금 신나게 한다. 같은 음을 연주하는 플룻이지만 신나는 리듬은 음악의 정체성을 부여해준다. 곡의 초반부는 솔리스트-반주자의 관계가 오히려 역전되어 들릴정도로 기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열정적인 피아졸라의 탱고는 27마디, 음원의 52초에서 급격하게 차분하며 한편으론 그리움과 '한'이라는 정서가 떠오르는 소주제를 제시한다. 아마 격정적인 클럽 뒷편의 여러 감정이 섞인, 조용한 이미지일 것이다. 클럽이 항상 시끌벅적한건 아니니깐..., 43마디, 음원의 1분 53초 무렵 기타의 상향 진행 마지막의 비브라토는 약간의 울컥함마저 느껴진다. 길게길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플룻은 이내 롱톤에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며 부드러운 음색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여운이 남는 연주다.
잔잔함이 물러난 다음, 54마디, 음원의 2분 33초에서 긴장감이 되돌아온다. 처음의 진행과 비슷하지만 플룻의 바람소리를 극대화한 부분은 이전과는 다른 클럽의 게임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악보의 'use the voice plus air noise'는 자칫 잘못하면 이상하게 들리기 쉽상이지만 현대적인 곡의 해석과 전통적인 플룻의 이미지가 잘 겹쳐있는 연주다. 이내 격정적인 플룻의 글리산도가 끝난 다음에야 처음과 완벽히 같은 부분이 나온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고나면 처음의 멜로디가 동작이 아닌, 이 곡의 풍경이나 배경을 설명하고자 했음을 이해한다.
같은 소주제를 한 번 더 연주하고 나서야 마지막을 향한 격정적인 연주가 시작된다. 이 즈음부턴 파우드의 플룻이 정말 예술의 경지로 들리기 시작한다. 테뉴토와 피아졸라 특유의 리듬이 만들어내는 끈적이는 당김음, 그에 대비되는 8분의 6박자 스타카토의 서로 반전적인 색채의 매력은 듣는이로 하여금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A-B-A'-B'-A''의 구조를 가진 이 작품은 격정적인 대주제와 아름다운 선율의 소주제가 지니는 대비를 보인다. 약간씩 변주를 주며 비슷한 주제 안에서 스토리 라인을 풀어나가는 느낌은 비슷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하루하루의 사건사고가 다르다고 사건들이 발전함을 느끼게 해준다.
탱고음악으로 입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낸 피아졸라와, 그 이미지를 본인만의 연주와 경험으로 해석해 연주해준 파우드의 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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