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5일,
한 번 실망한 음악가의 연주를 다시 듣는가?
신년음악회로 거물과 그의 제자를 모신 화려한 라인업의 공연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실망했다.
나름 한국 음악계의 거장인 김대진, 그리고 그 아래에서 배운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년음악회의 의미가 강했지만 기대에 부흥할 정도의 음악은 아니었다. 김대진 지휘자의 경우 음악적 해석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무난한 음악적 해석이 있었고, 박재홍 피아니스트의 경우에는 홀의 문제였는지 피아니스트의 음악적 다이나믹을 잘 얻기 어려웠다.
연주를 들으러 가기 전에는 기대가 많았다. 실황 음악을 들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경험, 박재홍이라는 신인 음악가의 새로움, 김대진이라는 거장, 한창 임윤찬 피아니스트 덕분에 인기가 절정으로 오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신년음악회에 종종 등장하는 드보르작 교향곡 9번의 프로그램은 누구나 듣고 싶은 곡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음악회를 간 여러 친구들의 모든 평은 비슷하였다.
박재홍 피아니스트의 성적은 화려했고 기대감은 충분했다. 그의 이전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는 친구들도 많았다. 1부 공연이후 인터미션 시간에는 친구들과 같이 음악의 감상평을 종종 나누곤 했다. 놀랍게도 음악의 다이나믹과 재미를 모두가 지적하였다. 박재홍 피아니스트의 경우 2021 부조니 콩쿨을 우승하였고, 그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젊은 피아니스트였고 21년도 리사이틀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의 부진한 음악성에 친구들은 '홀이 음악을 다 먹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였고, 부분적으로 추후에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은 솔리스트들의 지옥임을 알았다. 그 중에서도 피아노에게 가장 좋지 않은 환경이라 느꼈다. 최나경, 양인모, 심준호, 정경화 같은 다른 음악인들의 경우에는 그래도 소리가 잘 들렸다. 하지만 피아노의 경우 그렇지 못한 연주가 너무나 많았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결승 무대에 올린 임윤찬의 연주가 당시에 큰 화제가 되고 있었다. 까닭은 젊은 피아니스트가 이 곡의 새로운 주인이 되고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 받은 울림과 감동은 대단했으며 이후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은 임윤찬의 해석에 영향을 받았다. 임윤찬의 연주가 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박재홍 피아니스트도 같이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에선 '임윤찬과 무엇이 달랐고, 어떤 점이 더 좋았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 질문에 박재홍의 음악은 무엇하나 자신있는 대답을 주지 못했다.
https://youtu.be/DPJL488cfRw?si=ntk8sbdPf2EG4K4Q
김대진은 당시 한예종 음악원장, 한예종 9대 총장, 음악계의 칭송을 받는 인물이며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신년음악회여서 그랬을까, 그의 음악은 평범했다. 드보르작 교향곡 9번의 경우 경이로움과 너무나 거대한 나머지 밀려오는 그 감동의 선율이 가장 매력적이라 생각했는데, 김대진의 '신세계'는 2023년 Happy New Year 정도?
지금까지 감상문을 쓰면서 대부분의 경우 어떤 점이 좋았는지, 인상적이었는지를 주로 적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러 연주들 속에서 인상적인 부분들과 좋지 못한 기억, 아쉬웠던 기억, 혹은 많은 기대를 안고 갔었지만 너무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기억들도 공존했다. 그간의 음악 감상을 되짚어보며 이 공연의 기억이 되살아 나는 과정에서 아쉬운 기억만이 남아있는 것이 참 아쉽다. 또한 음악계의 거장인 김대진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쓴다는게 한편으로는 약간은 두렵다. 하지만 필자는 음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취미의 영역에서 그들의 삶을 오롯이 느끼고 감상할 뿐이다.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한 번 실망한 음악가의 연주를 다시 듣는가? 필자는 듣는다. 박재홍 피아니스트는 꾸준히 자신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얼마나 달라졌을지 모른다. 서초구에 가보면 필자가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의 수많은 음악인들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이들의 음악과 박재홍의 음악의 희소함은 다르지 않다 생각한다. 필자가 음악관람을 하는 기준은 그저 필자의 시간과 환경, 자원 등이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는지 이다. 김대진 지휘자의 공연이 또 다시 내게 우연히 다가오면 또 다시 들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날의 기억을 가지고 약간의 불안함을 가지고 그간의 시간 동안 이 사람의 음악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기대를 하며 들을 것이다. 또 실망하면 어떡하겠는가? 그럼에도 그 음악가의 음악이 내게 닿는다면 다른 이들의 인정을 받았기에 왔을 것이다.
필자는 음악을 내 자신의 귀로 듣고, 내 마음으로 느낀다. 아르세니 문과 같이 젊은 피아니스틀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며, 노년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김대진 지휘자도 마음의 감동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같은 원리로, 길거리 피아노의 아마추어의 라발스에 감동을 한 적도 있으며, 윤디리의 리사이틀에서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었다. 음악에선 그 누구나 겸손해야하고 그 누구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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