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월),
카이스트에 <HOPE>라는 조각상 작품이 설치되었고, 조각가와의 대화를 가질 수 있었던 자리에 참여하였다.
필자의 글을 여럿 살펴본다면 대전에 거주하는 사람임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카이스트와 관련된 행사도 여럿 글을 적었다. 맞다, 필자는 카이스트 소속 대학원생의 신분이다.
위 이미지 행사도 카이스트 교내에서 있었던 행사로 조각가 토마스 코클레가가 희망이라는 작품을 기증하며 그 분의 생각, 작품 창작 과정에 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던 기회이다. 이 글은 조각가와의 만남을 통해 얻은 다른 예술 영역에서의 경험을 적어보는 글이다.
- 조각과 기술 -
카이스트라는 기관과 연결이 되는 순간 '기술' 혹은 '연구'와 연관되어야 한다. 과학과 기술이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조각가 토마스 코클레가는 이 조각상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해주었다. 컴퓨터 3D 모델링, 미니어처 모델, 그리고 현장의 하청 업체를 통한 직접적인 제작에 관해 소개해주었다.
특별한 기술이라곤 3D 모델링 외에는 인지할 수 없었다. 커다란 크기의 조각상이긴 하지만 기술적으로 크게 어렵지는 않아보였다. 머릿속의 창작을 타인에게 공유하기 위한 도구로 컴퓨터는 훌륭한 도구였다. 이것을 실제로 만들기 위해서 복잡한 과정이 있을 줄 알았으나 결국 지역 하청업체의 제작에 의존했다. 조각을 하청한다. 이 과정에서 조각 예술이 순수하지 않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 예술에서 조각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 -
사실 저 조각상이 설치 된 이후에 조각상 주변 교내 구성원들은 불만이 많았다. '희망'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졌지만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없어했다. 기괴한 자세, 벌거벗은 남성, 밤에 보면 느껴지는 흉측함, 어딘가 불안하게 큰 손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진 못한것 같다.
이 사실에 대해 필자는 조각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희망이라는 주제로 이 조각을 만들었다. 하지만 만약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이 당신의 의도와 다르게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그런 사람들에게 어떠한 조언을 건넬 수 있겠는가?"
조각가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그게 이 예술의 가치입니다. 이 작품이 어떠한 형태로 해석되든 그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유이죠. 나의 의도와 같은 방향으로 이 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이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필자의 의도는 "당신의 작품은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느낌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우선해서 든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의도와는 다르기 때문에 좋지 못한 작품이 아니냐"라는 의도였다. 조각가는 그저 자신의 작품활동에 대해 뿌듯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조각과 음악은 모두 예술의 한 장르이다. 만약 이 두 장르를 의사소통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음악: 작곡가의 뇌 -> 악보 -> 연주자 -> 음향 공간 -> 관객
조각: 조각가의 뇌 -> 조각 -> 전시 -> 관객
각각의 예술가가 의도한 표현이 다른 매체를 통해 전달된 것이다. 하지만 조각에는 큰 문제가 있다. 길거리 조각의 경우 좋든 싫든 그 조형물을 우리는 피할 수 없다. 조각가의 의도가 폭력적으로 대중들에게 노출된다. 도심을 미술관으로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미술인들에게는 반갑겠지만 이들의 의도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이것이 폭력적이라 느끼니 아래와 같은 뉴스에도 눈길이 가게 되었다.
https://youtu.be/-ViL6Cl8IOA?si=_zD9XgCh8aZKMlP3
예술이 과학기술과 협력하는 경우가 어떠한지 이 분을 만나뵘으로써는 잘 모르겠다. 직관적이지 못하다. 영감을 주지도 못하다. 대화의 주제를 늘리긴 하지만 이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교내에 한 분은 "우리학교 미대 없다고 무시하냐"라는 발언도 하셨다.
클래식 이외의 예술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위한 자세를 항상 취하려 노력하지만 늘 어렵다고 느껴진다. 오늘날에 인기있는 클래식 음악도 초연의 경우 인기가 없었다라는 이야기와, 예술의 새로운 장르를 이끌기 위해선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이를 지금의 시대에 판단하기는 참으로 난해하다. 이들의 사회적 존재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