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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

[YouTube] Chopin's 24 Preludes, Op.28 I.Agitato 감상

https://youtu.be/QWFR9joxbpc?si=HgtSqqhSvUpFBv9O

2017년, 조성진의 쇼팽 프렐류드 전곡 연주

 

24개의 쇼팽 프렐류드, 각각은 1~2분 정도로 짧아 마치 소곡집들을 모아 듣는 것 같기도 하며, 에튀드보다도 가볍게 연주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쇼팽 프렐류드는 그 작품성이 뛰어나고 직관적이지만 쇼팽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체감상 마주르카와 동급). 왈츠, 발라드, 녹턴, 에튀드 등이 유명한데에 비해 프렐류드는 분명히 인지도가 부족했다.

 

감사하게도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를 우승하며 국내의 많은 클래식 팬들에게 그 인지도를 명확하게 만들고 이후에 위 링크를 통한 연주로 국내에서 '쇼팽 프렐류드'라는 작품에 대한 인지도를 많이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2015년, 쇼팽국제콩쿠를 Final에서 조성진의 모습

 

쇼팽 프렐류드 역시 단순한 전주곡의 성격은 아니고 오히려 바흐의 평균율에서 아이디어를 채용해온 흔적이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24개의 모든 조성을 사용한다는 것. 그래서 이번에는 이 짧지만 재미있고 강렬한 곡들에 대해 하나하나 감상문을 남겨보고자 한다. 1번부터 차례대로 할 것이다. 또한 여러 음원의 감상을 적을 수도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타일을 바탕으로 이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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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gitato (성급하게, 초조하게), C Major

신기하게도 8분의 2박자다

 

쇼팽의 별명은 '피아노의 시인'이다. 시인은 적은 단어로 깊은 심상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직업이다. 그는 짧은 C Major 조성에서 따스함을 이끌어낸다. 이 따스함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mf에서 시작된 저음, 8분의 2박자로 구성되어 짧은 호흡을 반복하지만 결코 'Agitato' 문자의 의미만큼이나 성급하게 들리진 않는다. 이 곡 전체가 따스한 분위기를 풍길 수 있었던 이유는 'Agitato'에 매몰되지 않고 한 마디 안에서 박자의 구조를 다채롭게 구성한다. 

 

단순한 리듬과 구조의 반복은 그 구조가 전부가 되어 이내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린다. 덕분에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곡은 프레이징의 이해를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장단점이 발생한다. 마치 시에서 하나의 문장을 여러 형태로 해석하듯이 말이다. 

 

아래에 몇몇 형태를 첨부해본다. 

왼손과 오른손의 세잇단음을 연결하는 프레이징
왼손의 세잇단음에 오른손의 윗 소리가 연결되는 프레이징
오른손의 엄지로만 이루어진 긴 프레이징

 

이 외에도 몇몇 조합의 형태로 프레이징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연주자마다 이 성향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서 곡의 해석도 달라질 것이다. 듣는 사람도 악보를 보고 이러한 프레이징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면 음악이 조금 더 풍성하게 들릴 수 있다. 이렇게 다채롭게 리듬과 프레이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짧고 반복적인 곡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며, 나아가 길어질 수 있는 프레이징에서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따뜻함'을 이끌어낸다. (물론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유튜브 음원에서 '따뜻한' 연주가 많긴 하다)

 

곡은 두어번 전체 곡조를 높이다가 절정에 이르고, 이내 사그라 들다 아르페지오로 마무리된다. 반복되던 리듬이 자연스레 느려지다가, 길게 늘어뜨린 아르페지오가 화음을 만들고서 소리의 울림을 듣다가 곡은 마무리된다. 

반복되던 리듬이 자연스레 느려짐

 

곡의 길이는 대략 30~40초 정도가 된다. 짧은 시간 속에 많은 것이 담기진 않았지만 담백하고, C Major 조성이 주는 안정감이 있으며, 이것을 리듬으로 다채로움을 부여해준 쇼팽의 첫 번째 프렐류드를 부담없이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