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7일,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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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와 공연을 알게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학교 후배의 콩쿠르 반주를 해주었고, 그 후배의 선생님께서 이 단체의 초대좌석을 가지고 계셨던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이 공연을 참석하실 수 없었기 때문에 초대표를 내게 양도해주셨다. 당시의 필자는 합창 교향곡에 매우 열정적인 시기였기에 연습하는 도중 이 합창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할 수 있었고, 아마 그 모습에 표를 양도해주셨던 것이리라.
유벨톤 심포네 오케스트라 단체와 단원에 대한 정보는 위의 링크를 참고하길 바란다.
대략 목표는 청년 음악가들에게 기회를, 음악의 생활화를, 민간 오케스트라의 독립을 이라는 목표를 바탕으로 설립되어 운영되는 것이라 예상된다. 좋은 취지를 바탕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라 예상하겠다.
필자가 들을 수 있었던 공연은 2023년 당시 베토벤 시리즈, 즉 1월 부터 베토벤 교향곡을 1번부터 매달 차례로 9번까지 하는 프로젝트였다. 한 달에 교향곡 한 개를 완성하는 것은 연습 기간이 매우 짧으며 이는 주로 시립교향악단의 모습과 유사하다.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악장별로 단어로 요약할 수도 있다. 1악장은 무난, 2악장은 걱정, 3악장은 긴장, 4악장은 심심했다.
1악장의 시작을 우주에 비유하는 글이 많은데 아주 무난하게, 특별히 특출나거나 인상적이거나 모난 지점이 없이 잘 연주했다고 생각한다. 2악장은 갑작스레 이 단체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되는 지점이었다. 망가진 푸가를 듣는 것은 꽤나 괴로운일이였다. 3악장은 이 이후의 수습을 어떻게 할 것인지, 4악장은 멀쩡히 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고 단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약간은 긴장된 소리가 들렸다. 4악장에서는 너무 조심했는지 되려 심심한 4악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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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에 대한 총평을 내리자면 완벽한 실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최초에는 아마추어 단체라 생각하였다. 대전의 아마추오 오케스트라가 예술의전당 아트홀을 대여하여 이 대단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리라 믿었다. 하지만 이후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들 모두가 전공자임을 알았다. 현악기 음정 피치가 동일하지 않고, 목관은 자신의 악보를 읽을 줄 모르고 (마디와 음정을 헷갈렸다), 금관은 삑사리가 났고, 베이스는 베이스가 멋진 부분을 소화하지 못했다. 청년 음악가라 함은 최소한 악기를 전공한 대학생, 혹은 졸업연주를 마친 졸업생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실수가 잦게 들렸음은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 공연을 들은 이후 한동안 지방 음악 대학교에 대한 회의감이 강하게 찾아왔었다.
하지만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듣게 되는 과정과 이 단체의 정체성, 그리고 현실적인 한계를 인식하고선 '그럴 순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공연은 필자에게 요즈음의 지방 음악 대학의 현실과 한계, 지방 오케스트라 단체의 현실을 명확히 인지하게 해준 일종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들에게 한 달만에 '합창' 교향곡을 연습해 연주하는 것은 무리였다는 결론이다.
1) 정원의 불균형
- 대전의 경우 충남대학교와 목원대학교가 나름 알아주는 음악대학이였다. 하지만 목원대의 경우 정원 미달이 발생하며, 목관의 경우 각 악기 별로 인원을 뽑는게 아닌 목관 전체의 정원을 만들어 클라리넷은 없고 플룻만 있는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도 있다 한다. 정원의 불균형은 나아가 교내 오케스트라를 편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재정과 인맥에 여유가 있다면 객원을 부르면 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좋은 대책은 분명히 아니다.
2) 연습 부족
- 또한 충남대학교 음대 피아노학과 사람들을 만나 교류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에 느낀 지점은 이들이 피아노에 대해 받은 훈련과 지식은 아마추어들보다 뛰어나지만 연습을 하지 않으면 실력적으로 큰 우위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 말은 즉슨 이들이 연습을 많이 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본기 연습의 결과는 누구에게나 공정하며 성실하지 않으면 바로 티가난다.
3) 악보 읽기 실력 부족
-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악보를 보는 것은 기초이다. 악보를 읽을 줄 모르는 전공생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악보를 읽는 것은 마치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아서 반복적인 연습으로 숙달되는 방법밖엔 없다. 악보 자체를 많이 읽지 않고 음악을 전공한다는 것은 놀라움이었다. 혹은 피아노와 다르게 매번 간단한 악보만 읽는 것에 적응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감상문으로 시작했으나, 비판적인 글로 방향성이 변모되었다. 최근의 이 단체의 모차르트 시리즈 공연은 찾아본적은 없다. 이 글은 굉장히 비판적인 글을 썼지만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체에 대해서는 나는 매우 반갑고 이들을 응원한다. 적어도 나는 이들의 연주를 통해 문제를 인식했고, 이후에 이 문제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그저 필자는 이 현실을 계속 아쉬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음악이 단순히 대학 진학의 도구가 아닌 진정한 자아성취의 영역이자 삶을 풍요롭게하는 긍정적인 요소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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