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에튀드 10-4 추격, 영어 부제는 Torrent.
https://youtu.be/RJcbGmVf41I?si=5CN7wm7qlmRuAhuS
블로그 글을 쓸 때 유명한 곡들에 대한 평을 남기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까닭은 이미 너무나 많은 평이 있고, 많은 연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의 목적이 남들의 평가가 아닌 나의 감정을 남기는 것이기에 망설이지 않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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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튀드는 연습곡이다. 악기를 익히는 사람들이 악기와 친숙해지는 시간이며, 악기로 시행할 수 있는 다양한 테크닉을 연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쇼팽 에튀드가 유명해진 것은 순전히 재밌기 때문일 것이다. 피아노의 하농, 체르니, 바이올린의 볼파르트, 첼로의 도차우어도 쇼팽 에튀드와 그 목적이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피아노 학원을 다녔던 학생이라면 소나티네, 체르니, 하농을 배우지 않았을리가 없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재미없었을 것이다. 그럴 때 피아노 잘치는 누나 언니들이 치는 쇼팽 에튀드는 꽤나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쇼팽 에튀드는 연습곡에 선율을 추가하고 단순히 연습이 아닌 작품의 작품성도 인정받는 훌륭한 작품이다. 하농을 떠올려보라. 지루하기 짝이 없다. 아마 많은 피아노 입시생들은 하농을 연습해야하지만 옆에 다른 유튜브를 틀어놓고 대충 할 확률이 높다.
연습곡의 조건은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에는 1) 조성의 다양함이 있어야 하고, 2) 연습의 목적이 뚜렷해야 하며 3) 반복이 많아 연주자가 금방 익힐 수 있어야 한다. 쇼팽 에튀드는 위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여기에 추가적인 조건을 붙여보자면 감정적 개입이 적어서 곡의 표현보다는 테크닉에 집중할 수 있는 구성을 갖출 것이다.
쇼팽 에튀드 10-4 (이하 '추격')는 그 중에서도 매력이 넘치며 사랑받는 작품이다. 필자도 어린시절 객기있게 에튀드에 도전하였다가 부족함에 이내 포기를 하였고 다시 오랫만에 이 작품을 연습하고 있다. 레슨 선생님은 이 곡이 무슨 연습을 하기 위함인지 추측해보라 하셨다. 필자의 추측으론 '빠른 반음 테크닉을 하기 위함이 아닐까요'와 같은 답을 놓았다. 선생님은 이 곡의 핵심은 '손의 펴짐과 오므림'이였다. 때로는 손을 넓게 쓰고, 때로는 손을 좁게 쓰는 과정을 빠르게 숙지하기 위함이다. 이를 생각하여 타건의 정확함과 더불어 손의 위치, 손의 모양까지 신경쓰며 연습을 하니 큰 도움이 되었다.
곡의 길이는 2분 남짓된다. 2분 동안 쉼없이 곡은 나아가며, 연습생들에게는 이 2분을 위해 어마어마한 시간을 쓰게 만든다.
위 사진은 이 작품의 도입부이다. 양손이 동시에 옥타브를 치는 지점이 두 곳 존재 (솔#과 도#)이지만 이를 단순하게 연결하는 것이 아닌 오른손은 16분음표로, 왼손은 4분음표 이음줄로 연결되어있다. 손을 활짝 폈다가, 오므라들었다, 다시 활짝 폈다가 다시 오므라듬을 이 짧은 순간에 반복하는 것이다.
이 곡의 진행은 대부분의 경우 1도씩 진행이 되어 음의 진행 자체는 긴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모든 사이에 반음을 집어넣음으로써 긴장감이 유발되며 연습하는 사람들에겐 엄청 난이도를 선사한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반복이 많아 한 번 익숙해지면 이후는 금방 연습이 될 것이다.
쇼팽은 작품에 '진행'이라는 감정을 줄 때 선율의 상승과 하강을 많이 이용했고 그 길이를 자유자재로 쓰는 사람이었다. 위 악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른손 엄지의 진행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네 다시 내려가는 모습을 아래의 악보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이 곡의 부제 '추격'을 듣고 난 이후 이 작품이 마치 오른손과 왼손에 한 명씩 인물이 부여되어 술래잡기를 한다는 상상을 했었다. 성인이 된 이후의 'Torrent'라는 영어 부제를 듣고 난 이후에 이 곡의 흐름에 보다 집중한 것 같다.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화성이 반복되며 약간의 테크닉의 변형만이 존재하고 루바토나 리타르단도가 없이 몰아치듯이 연주하는 스타일이 많은 만큼 '급류'라는 부제도 참 잘 어울린다 생각한다.
훌륭한 연습곡인 만큼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은 이 곡을 연습했고, 해당 음원도 많다. 이 곡의 인상은 빠름, 긴장, 웅장함, 화려함이 적절히 섞여있고, 요즘 숏폼 시대에 알맞게 적절한 길이까지 갖춘 훌륭한 곡일 것이다. 이런 작품일 수록 차분하게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감상은 즐겁게, 연습은 인내심을 가지고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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