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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

[대전 복합문화공간 플랜에이 B홀] 12월 30일, 재독 바이올리니스트 양진 리사이틀 감상문

2022년 12월 30일 (금), 7시 30분, 골프존대전신사옥및골프복합문화센터, 플랜에이 B

대전 DCC 근처의 건물에서 있었던 공연이다.

(뭔가 이름이 길고 복잡하다)

 

첫 실내악 공연 관람이었다.

 

클래식은 비싼 취미인가? 개인적으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취미가 있다. 독서, 운동, 음악감상, 게임... . 조금씩 그 안에서 보다 디테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독서라면 웹소설, 소설, 수필, 교양, 자기개발과 같은 서적이 있을 수 있고, 운동도 그 종류가 헬스, 수영, 테니스, 축구, 골프와 같이 다양하다. 클래식은 크게 음악 감상, 음악 연주의 영역으로 그 취미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음악 감상은 매우 저렴한 취미임은 확실하며, 음악 연주 (악기를 사서 익히는 것)도 시간을 길게 바라보면 결코 비싼 취미는 아니라 생각한다.

 

음악 감상의 경우 아주 유명한 음악가들을 제외하곤 그들의 공연은 대개 1~2만원 수준이며 이는 영화관 티켓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연주자와 약간의 친분이 있다면 초대표를 얻는 것도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며, 근로하고 있는 기관이 있다면 구성원들의 복지를 위해 예산의 일부를 음악 감상과 같은 곳에 편성하기도 한다. 음악 감상은 조금 어려워보이고 비싸 보이지만 관심을 가지면 결코 어렵지 않다.

 

필자는 음악을 인터넷, 혹은 디지털 파일 위주로 들었다. 이 공연을 듣게 된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으며, 연말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음악 활동을 하고자 하는 결심을 어느 순간 가졌고, 작은 기회가 올 때마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 그 기회를 잡아보았다. 이 공연은 지인이 초대권을 얻어 관심있는 분은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주었고, 나는 기쁜 마음에 공짜표를 받아 보러 갔다. 

 

처음 가보는 공간, 모르는 연주자, 모르는 작품들이 가득한 미지의 영역이다. 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아무도 이걸 모른다고 나에게 나무라진 않으니깐. 오히려 처음오는 내게 이들은 따뜻한 커피를 한잔 내어주었다. 

 

이 공연이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의 작품이 나에게 큰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G.F.Handel/J.Halvorsen Passacaglia with Viola 안용주

 

헨델/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 지나가는 길에 들어본적이 있던 멜로디, 하지만 그 곡의 원본을 결코 찾지 못하였는데 그 기억을 이끌어내 주었다. 바이올린 솔로 리사이틀은 바이올린이 스스로 그 기량을 뽐내면 되지만 다른 악기와 듀엣을 이루는 경우 뽐냄과 동시에 상대방의 음악을 읽어야 한다. 특히 두 개의 현악기, 음정이 높은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협주를 할 경우 음정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듣기 매우 불편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연주는 내게 눈앞에서 펼쳐지는 음원과 같았다. 

 

2년 전 즈음의 감상이기 때문에 각 곡의 인상이 오래 남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의 실내악 공연 감상이라는 것에서 많은 인상을 받았다. 우선은 심심하고 답답했다. 의자는 불편했으며, 공연에 온전히 집중하기에는 내 음악적 배경이 부족한 시기였다. 오히려 책을 한권 읽을 수 있었다면 더 그 작품을 오래 기억할지도 모른다.

 

관객은 굉장히 적다. 실내악 자체가 큰 무대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이 공연 자체가 많은 관객을 기대한 자리인지 모르겠다. 관람객의 숫자로 공연의 수준을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공연의 수준은 이내 선택받은 사람들이 들은 음악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공연을 필두로 실황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수나 아이돌의 콘서트에 가면 같은 음악을 듣지만 그 현장감이 주는 감동이 다르듯, 클래식 음악도 그것을 여실히 보여줌을 느낄 수 있었다. 벅차오르는 감동이나 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드레날린을 가득채우는 짜릿함은 아닐지라도 그 은은한 여운을 즐기고자하는 마음이 든다면 이러한 공연을 찾아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