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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

[롯데콘서트홀] 6월 28일, 레이 첸의 멘델스존과 차이콥스키 감상문

2024년 6월 28일 (금)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된 레이 첸의 멘델스존과 차이콥스키 공연의 감상문이다.

 

굉장히 화려한 라인업

 

해당 공연은 28일(금)에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이하 멘바협), 29일(토)에는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이하 차바협)을 연주하는 공연이었고 필자는 28일 공연을 감상하였다. 또한 '합창석'에서 공연을 관람하여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여러 클래식 애호가들이 좌석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는데 오늘 합창석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보려 한다.

 

 - 합창석 - 

우선은 롯데콘서트홀의 합창석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보겠다. 국내의 콘서트 홀 중에서 최고중 하나로 평가받는 홀이며 여기에서 있는 수 많은 공연들은 대부분 비싸다. 필자는 감사하게도 서울시향의 인맥(?)을 통해 단원 할인(50%)을 받을 수 있었고 합창석은 B등급 좌석(30000원)으로 실제로는 15000원이라는 영화 티켓정도의 가격으로 해당 공연을 즐겼다. 저렴한 비용은 큰 장점이다.

 

단원들과의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운 것도 큰 장점이다. 뒷모습이기는 하지만 단원들의 악보가 모두 보여 이를 보는 재미, 단원들의 디테일한 움직임과 호흡, 활을 쓰는 방식 등을 완벽히 반대의 시야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단원의 얼굴 대신에 지휘자의 얼굴과 표정이 보였다. 지휘자가 마치 음악의 반사판이라도 된것 마냥 공연을 그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지휘자 바실리 펜트렌코는 연주자들에게 정확한 콜과 사인을 주며 만약 내가 단원이었다면 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쾌적했으리라 생각해본다.

 

합창석의 가장 큰 장점은 이유는 모르겠는데 내가 이 공연의 주인이 된 것 같다. 모든 관객의 시선의 경로에 합창석에 앉은 사람들이 보인다. 합창석은 합창 공연이 이루어질 때면 공연자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좌석이기도 하니 공연자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인지하면 내가 이 공연의 또 한 명의 주인이 되었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더라.

 

롯데콘서트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앉는 좌석에 따라 소리의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합창석은 타악기, 금관, 목관의 소리가 살벌하게 크게 들려 웅장하거나 소리가 큰 곡의 경우 들을 때 피곤할 수 있다. 하지만 소리의 균형은 굉장히 좋으며 최고는 아니지만 최고 다음은 되는 좋은 좌석이라 생각한다. 

합창석에서 바라본 공연장의 모습, 오히려 멋지다

 

 - 레이첸의 멘바협 - 

대만계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Ray Chen)을 필자의 느낌으로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익살꾼'이다. 곡의 분위기는 어떠한 유형을 가져와도 그는 밝게 연주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뛰어난 테크닉으로 본인을 과시하면서도 익살스러움이 그의 소리와 몸짓에 묻어난다. 

 

멘바협은 세 개의 악장이 각 분위기의 정체성이 또렷하여 그 변화를 잘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1악장, 레이첸의 시작은 높은 음을 마치 아주 얇은 실타래에서 튼튼한 실을 뽑아내는 것 같은 소리였다. 이내 화려한 스케일로 변화하기 전에 이 소리는 두꺼워지고, 그의 화려한 소리를 오케스트라가 뒷받침해주며 화려한 선율이 연주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멘바협음원은 Janie Jansen의 연주이다. 속도의 망설임이 없고, 파워풀, 고전 작품에서 단조를 사용할 때 드러나는 어두운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레이첸의 연주는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의 능력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https://youtu.be/Pmj7nCRYNs4?si=Q9fLoS-08qxDfdJh

파워풀하며 어두운 느낌이 있다.

 

3악장으로 들어서자 레이첸의 장점이 아주 잘 두드러졌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날의 연주를 아주 만족스러워 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필자가 듣기에도 오케스트라와 협연자 사이의 가끔씩 어긋나는 지점들이 있었지만 오케스트라가 그의 연주를 많이 존중하였다. 동시에 레이첸은 오케스트라를 믿고 본인의 익살스러움을 최대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29일에 있을 그의 차바협 연주가 더욱 기대되며 레이첸이라는 예술가에게 더욱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이된다.

 

 - 베버와 슈트라우스 -

이 두 곡의 경우에는 모두 모르는 곡이었다. 베버는 흥을 돋구는 서곡으로 훌륭한 선택이였다고 생각한다. 인상 깊었던 지점은 베이스의 화려한 활놀림을 바라본 이후 아마추어 단체에서는 이 곡의 존재도 익숙치 않을 뿐더러, 저것을 연주할 수 있는 인력도 드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베버의 오이리안테 서곡은 다시 악보와 함께 깊은 감상을 이어나가고 싶을 정도의 신나는 선율이었다. 클래식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곡은 가볍게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는 그 성격이 많이 달랐다. 도입부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낮은 음에서 무려 3개의 옥타브를 올라가는 연주를 호른에게 요구하는데, 이는 테크닉적으로도 어려운 부분이며 듣는이에게는 솟구치는 감정을 심어주기 훌륭했다.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는 영웅의 등장, 감정, 일상, 악당, 승리, 은퇴 등등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며, 발레곡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2대의 하프가 존재했고, 악기의 편성이 굉장히 컸지만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지만 멜로디의 아름다움은 다른 후기 낭만 작품에 비해서는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3명의 트럼펫 연주자가 무대 밖으로 나가서 연주하는 방식은 말러 교향곡에서도 접할 수 있는데, 처음 듣는 이에게는 신선한 경험일 수 있으나 이러한 특수 장치보다는 작곡가가 멜로디 자체에 집중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협주자와 지휘자의 악수, 멋잇는 장면이다

 

이날 공연에 아쉽게도 레이첸의 사인회를 기대했었지만 이는 없었다. 29일 연주회를 기대하며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가치관과 행보를 서울시향과 함께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이라하여 무조건 겁먹지 말고 방법을 찾아보면 필자와 같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누리기를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