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된 레이 첸의 멘델스존과 차이콥스키 공연의 두 번째 감상문이다.
우선 이 공연은 굉장한 우연을 통해 듣게 되었다는 것을 사전에 밝힌다. 이 공연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큰 가치를 가지는 공연이다. 따라서 이 공연의 표는 일찍이 매진되었고 취소표를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당일 7시 11분 지인이 이 공연의 예약표를 발권하러 티켓 창구에 갔을 때 필자와 친구는 로비에서 "이런 공연은 취소표는 없나보다"라고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표를 주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그 덕에 필자는 이 공연을 듣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적어본다.
우선 이 전의 글이 있음을 여기에서 링크를 통해 전달한다.
https://nightwithstar.tistory.com/30
[롯데콘서트홀] 6월 28일, 레이 첸의 멘델스존과 차이콥스키 감상문
2024년 6월 28일 (금)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된 레이 첸의 멘델스존과 차이콥스키 공연의 감상문이다. 해당 공연은 28일(금)에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이하 멘바협), 29일(토)에는 차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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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연을 '두 번' 듣는 다는 것
한 공연을 두 번 듣는 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두 번 듣지 않을 음악은 한 번 들을 가치도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실황을 두 번 듣는 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세계 정상급 연주를 두 번 들을 기회를 잡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대되는 순간이다. 어제와는 어떤 것이 다를까, 다른 좌석에서 듣는 음향의 구성은 어떻게 다를까, 지휘자는 어떻게 다를까, 협연자의 앵콜은 어떻게 달라질까와 같은 질문들을 가지고 공연을 들으러 갔다. 그리고 이 모든 예상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프로 음악가들에 대한 가치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프로의 세계는 무서웠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정상급 기량을 이틀 연속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인상깊었던 부분의 지휘도 그 전날과 동일했다. 베버의 <오이리안테> 서곡은 오히려 연주자들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이들은 어제보다 발전했다. 아니면 듣는 사람의 귀가 조금 더 발전해서 곡이 편안하게 들렸을 수도 있다. 좌석이 달라 발생한 음향의 차이가 이러한 경험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모든 경험을 어제와 비교해보면 단 하나의 결론이 필자에게 다가왔다.
"음악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가진 예술이다"라는 문장을 소스라치게 느꼈다.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들은 완전히 다른 느낌, 24시간의 숙성과정을 거친 연주자와 관객이 만들어낸 변화를 통해 이 각각의 경험이 전혀 동일할 수가 없음을, 그리고 그 만큼 귀중한 경험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는 이후 필자의 관람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로 작용할 것이다. 매 순간의 공연이 필자가 경험할 수 있는 마지막 장면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전문가에게는 매 순간의 공연이 반복적이고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비슷한 연주야말로 높은 가치를 지닐테니까. 하지만 듣는이에게는 완벽히 달라졌다. 필자는 매 순간을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장면을 보고 있음에 감사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한번즈음 권하고 싶다. 같은 공연을 '두 번' 들어보라고.
레이첸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이하 차바협)
예상대로 레이첸의 차바협은 그에게 매우 잘 어울렸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멘바협(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더 선호하지만 익살스럽고 현대적인 기교를 요구하는 차바협이 그에게 완벽한 찰떡궁합이었다. 이 날 공연을 들은 친구가 평가하는 차바협은 "클래식 음악 중 피어나는 봄을 가장 잘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레이첸은 그러한 봄의 풍경위에 뛰어노는 아이들을 그려낸듯하는 생동감을 자아냈다.
이 날의 레이첸은 굉장히 기분히 좋았던 것 같다. 두 곡의 앵콜을 연주하였고 여러 팬서비스들도 아낌없이 주었다. 앵콜 곡이 달랐다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서울시향에서 제공하는 팜플렛을 미리 읽어보고 그의 연주와 행보를 연결지어 생각하면 그의 익살스러움, 남들에게 주는 선한 영향력은 그야말로 일치한다. 가치간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은 그를 실로 진정한 예술가로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영웅의 생애
2부는 마찬가지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였다. 당시 필자는 매우 피로한 상태여서 이 웅장한 곡을 집중해서 들을 자신이 없었다. 당초 계획에 없었던 감상이기도하고 하루 일과에서 체력안배에 실패하여 결국 로비에 누워 눈을 감고 편안한 자세에서 이 작품을 감상했다.
하지만 오히려 굉장히 만족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작품의 복잡함을 문 밖에서, 그리고 약간의 스피커를 통해서 들으니 선율이 단순해짐으로 곡의 이해도가 올라갔다. 이 전날의 영웅의 생애는 필자에게 큰 흥미를 주지 못했으며 오히려 좋지 않은 인상을 주었으나 이 날의 영웅의 생애는 다시 이 곡을 듣고 싶게 만들어주었다. 금관악기 주자들의 엑섭(excerpt)에 많이 사용되는 곡이라는 것을 인지한 이후 감상한 이 곡은 향후 이 곡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게 해 주었다.
이 글을 쓸 수 있게 표를 준 미지의 인연에 감사하며 글을 마친다.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곳곳에 숨어있으며 그들이 내미는 손길에 항상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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