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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

[YouTube] Dvorak: Piano Quintet No.2 in A Major, Op.81, III Scherzo 감상문

https://youtu.be/eFMV63zy-Xk?si=U_VvpvyMEfZhxz0s

27분 31초부터 감상을 권한다.

 

실내악 작품 중에 가장 로망이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한 명의 피아노 연주자로서는 이 작품의 전악장을 만족스럽게 연주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이번 글은 드보르작 피아노 오중주 2번의 3악장에 관한 감상문이다. 

 

직관적인 멜로디, 직관적인 구조, 빠른 템포, 약간은 왈츠스러운 리듬 속에서 반복되는 멜로디는 이 곡을 쉽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필자는 이 작품의 3악장을 가볍게 연주해본 경험이 있었다. 곡의 구조는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현악 실내악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실내악에선 인원이 많아지고 현악기 사이의 화음을 맞추어야 아름다운 작품의 경우 음정의 정확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찾아나가는 것이 어렵다.

 

3악장의 시작은 현악 4중주의 형태로 가볍게 주제를 제시한다. 퍼스트 바이올린이 빠르고 경쾌한 스케르초 리듬 속에서 여섯 개의 8분음표로 이루어진 멜로디를 연주한다. 악보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세컨 바이올린과 첼로는 같은 리듬을 공유하며 스케르초 리듬의 큰 틀을 제시하고, 비올라는 그 속에서 마디의 두 번째 박자에 8분음표를 얹어 스케르초 리듬에 풍성함을 더해준다. 

3악장의 주제를 제시한다.

 

드보르작의 다른 작품을 감상하던 중 '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이 이 주제와 유사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꼈다. 퍼스트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6개의 8분음표가 아래의 악보와 완전히 뒤집어져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레이즈의 길이와 속도를 다르게 하여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지만 드보르작 특유의 색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드보르작 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의 악보, 진행을 뒤집었다.

 

 

첫 번재 주제의 제시를 현악기의 앙상블로 들었다면 p의 악상에서 mf의 악상으로 자신의 주제를 더 드러내며 피아노가 참가한다. 마치 퍼스트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멜로디를 주고 받으며 음악의 대화를 나눈다는 상상이 든다. 여성과 남성의 비유보다는 둘은 오히려 친구처럼 보인다. 5명의 친구가 모여 노는데 그저 피아노는 늦게와서 "어, 너희 뭐하고 놀고 있었어~? 아 이런 멜로디로 놀고 있었구나~!"라며 이 곡에 참가한 듯한 느낌이 든다.

 

퍼스트 바이올린과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피아노

 

조금 어른스러운 첼로가 나타나서는 익살스럽게 피아노를 놀리는 것만 같이 "사실 우리는 그렇게 안놀고 조금 더 우아하게 놀고 있었는데?"라며 우아한 능청을 떨며 긴 프레이징의 멜로디를 선보여준다. 사실 이 멜로디를 잘 살펴보면 앞의 주제의 음에서 화려함을 제외하면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첼로의 mp로 진행되는 악상

 

피아노가 약간 기분이 상했는지 장조 화성을 단조화성으로 바꾸어서 불만을 표출한다! 아주 재미있고 익살스럽다. 현악기 넷은 악보상으론 그저 8분음표 4개를 연주하지만 곡의 속도를 고려하면 트레몰로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키득키득 거리는 현악기들은 빙글빙글 돌며 같은 주제를 f로 연주하고 세컨 바이올린을 지나 비올라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키득거리는 현악기, 빙글거리는 작품

 

작품의 길이는 짧지만 변화무쌍하게 분위기가 바뀌며 다섯 개의 악기가 티키타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현악기 네 명이 피아노 한명을 일방적으로 돌아가면서 괴롭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대중들이 드보르작에게 기대하는 것이 딱 이러한 음악일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재미있고 익살스럽고, 즐거이 놀다가도 힘이 꺾이면 잠깐 쉬어가기도 하고, 이내 다시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이다. 위 동영상의 링크를 들어가 연주를 감상해보면 퍼스트 바이올린 (Janine Jansen)이 빙긋 웃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만큼이나 이 작품은 연주하는 이나 듣는이 모두에게 즐거운 마음을 선사한다. 

출처: https://youtu.be/eFMV63zy-Xk?si=hVMXs8rhlKAlq07r&t=1665

 

이어서 드보르작의 다른 악장들도 하나씩 파헤쳐 볼 것이다. 그 첫 시작을 1악장이 아닌 3악장으로 한 이유는 이 곡 전체에서 가장 듣기 편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만난 이에게 드보르작 피아노 오중주 2번 3악장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