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에튀드 10-12 혁명, 영어 부제는 Revolutionary.
https://youtu.be/NTZkNonZ91k?si=rMGZv21ZXyoQhdBy
쇼팽 에튀드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을 꼽으라면 아마 10-5 '흑건'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가장 익숙한 에튀드는 10-12 '혁명'이다. 까닭은 어렸을적에 다녔던 피아노 학원에서 너무나도 익숙하게 반복적으로 들려왔던 음악이기 때문이다. 예고와 음대 진학을 위해 연습하던분들의 소리를 들으며 익숙해졌고, 클래식 음악에 흥미를 가지게 해준 작품 중 하나이다. 덕분에 이 곡에 대한 사랑이 조금 더 뜻깊은 것 같다.
필자는 해당 곡을 어릴 적부터 연습해봤고, 에튀드 중에서는 가장 오랜 기간 연습을 해왔으며 여러 해석, 여러 레슨을 받아보았다. 그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시작은 꽉찬 오른손의 화음과 쏜살같이 내려가는 왼손이 귀를 사로잡는다. 같은 모티브가 한 번 더 반복되고, 이후에 참지 못한 오른손이 같이 쏜살같이 내려가며 바닥을 친다. 이 때 실제로 음은 바닥이 아니라 c minor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다. B -> D -> F 2도 씩 천천히 올라가다가 c minor에 도달하는 화음 진행은 쇼팽 특유의 환상적인 연출에 한 몫을 한다.
이후에 왼손은 c minor를 넓게 펴서 반복적으로 넓게 만들어 곡 전체 분위기를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보기와는 다르게 손가락 운지가 쉽다. 반복이 많기 때문에 이를 익히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긴 하지만, 왼손 안에서 크레센도와 디크레센도를 얼마만큼 표현하느냐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드라마틱해지기도 하고 심심해지기도 하다.
오른손은 왼손과는 반대로 c minor를 옥타브로 강력하게 진행하며 c minor에서 사용되는 Eb 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음을 넓게 펴기보다는 악상을 넓게펴서 강한 포르테와 악센트를 사용한 첫 구절, 그리고 p로 급격하게 작아져서 대비를 주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 끝에는 쇼팽 특유의 음침한 여지를 남기며 다음 프레이즈에 대한 암시를 제공한다.
왼손의 아르페지오와 도약 연습을 충실하게 해주는 구간이 등장한다. 오른손의 옥타브 프레이징의 연습이 빛을 발하는 구간이기도 한다. 왼손의 악보를 살펴보면 옥타브를 연주하고 이후에 다시 그 이상으로 손을 위로 가져와야한다. 오른손은 도약이 많은 옥타브 프레이징을 해야 하는 이 악보는 쇼팽의 이 곡이 단순히 '혁명'이라는 이미지만 가져간 것이 아니라 연습의 중점을 많이 둔 것을 알 수 있다.
분위기의 변주를 준 이후에 특이한 구간이라 하면 왼손의 진행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다. 왼손 손가락 번호가 5 4 2 1 (혹은 5 4 3 1을 쓰는 사람도 간혹 있긴 하더라)가 반복되면서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부제는 '혁명'이다. 실제로 곡을 쳐보면서 '혁멍적인가?'라고 물으면 제법 그럴싸하다. 하지만 혁명이 항상 웅장, 화려, 과격하지만은 않은가 보다. 곡의 마지막을 향해 갈 때 제법 평온하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미지가 등장한다. 필자는 마치 이 때 "혁명의 끝에 정권이 바뀐것을 묘사한 것인가?"라는 생각했다. 그 만큼이나 변화가 신선하단 뜻이다.
혁명 에튀드는 선율과 반주라는 개념이 직관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듣기 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성을 생각하고, 더 큰 구조적인 화성의 진행을 살피며 곡을 바라보면 그 재미가 배가 된다. 물론 다른 교향곡, 소나타 작품에서도 그런 관찰을 할 수 있다. 쇼팽 에튀드의 재미는 그런 구조를 보는 것이 의식하고 보면 잘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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