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YXhjevTTOAg?si=2BBv2x0syqtB0lWx
현실의 여러 연주와 연구 일정에 의해 글 쓰는 것에 소홀해졌었다. 와중에 고민은 다음은 어떤 곡을 적어볼까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곡이지만, 많이 들어봤고, 감정에 솔직하게 마주했던 곡을 떠올려보았다.
Piazzolla Le Grand Tango
피아졸라의 위대한 탱고
피아졸라의 작품중 그렇게 대중적인 작품이라 보기엔 어렵다. 하지만 이 슬픔과 정열이 섞인 선율을 듣다 보면 누구나 이 곡의 매력에 빠져드리라 생각한다.
곡 전체의 감상을 적어본 이후 음원들에 대한 느낌을 더 적어보고자 한다.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탱고 음악, 첼로의 넓은 음역과 피아노의 화려함이 더해져 이 곡은 다른 여타 실내악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피아노는 끊임없이 긴장되는 피아졸라 특유의 리듬을 만들어주며, 첼로는 저음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고음으로 치고 올라가며 이 탱고의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피아졸라가 60의 나이 즈음에 작곡된 곡으로 그의 노하우, 경험, 기억들이 집약된 곡이라 할 수 있다.
피아노와 첼로가 서로 음을 넓게 퍼지게 사용하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라 느껴진다. 첼로의 상향 진행에 피아노는 하향 진행을 하는 모습은 클래식 작품에서 많이 보이는 뉘앙스 중 하나이지만 피아졸라 특유의 화성을 이용한 진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감성을 만들어준다.
위 음원 기준 4분 28초 무렵, meno mosso에서 새로운 주제가 제시된다. 격정-차분함의 연계되는 감정을 굉장히 세련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템포는 줄어들어 호흡이 차분해 졌으나 피아노 왼손으로 이루어진 베이스 리듬은 여전히 피아졸라의 리듬을 지니고 있다. 곡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첼로. 끈적이는 것처럼 들리지만 황혼처럼 음이 바스라지다가 얇고 날카로워진 소리가 이내 사그라든다.
9분 8초, Piu mosso로 분위기는 다시 되돌아온다. 첼로에서의 옥타브 더블스탑과 이를 글리산도로 날려버리는 테크닉은 소름돋는 부분이다. 이 이후로 곡은 끝없는 고조를 향해 달려나간다. 첼로에서 익살스러움을 느껴본적이 있는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악기에 다양한 느낌을 담아 낸다. 익살스러운 정열함은 우리가 접하기 굉장히 어려운 곡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이 곡의 인지도가 아쉬울 따름이다.
피아졸라 탱고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클래식 기악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들으면 흥이 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리베르탱고, 아디오스 노니노, 사계와 같은 곡의 인기가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첼로의 큰 매력은 그 넓은 음역과 부드러운 음색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둘의 절묘한 조합으로 탄생한 이 곡의 매력을 모두가 느꼈으면 한다.
음원 후기:
언젠가는 이 곡을 실황으로 들을 기회가 있기를 소망하며 열심히 유튜브 음원들을 들으며 살고 있었다. 아직까진 이 곡의 '기준'이 될만한 음원은 없다고 생각했다. '기준'은 없지만 뛰어난 음악들, 감동이 있는 음악들의 후기를 몇몇 적어본다.
1. 첫 번째 유튜브 음원
Vc. Eckart Runge
Pf. Jacques Ammon
비교적 느린 템포, 정직한 음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에 가장 많이 듣는 음원이다. 가장 교과서적인 음원이라 느낀다. 하지만 동시의 단점은 다른 영상들에 비해서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부분이 많은 곡이기 때문에 12분 가량의 곡에서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질 수 있다. 실황으로 본다면 가장 인상적일 것 같다.
2. https://youtu.be/tKd7fuGn2Ks?si=zR5K3JfDw29ecWkU
Vc. 한재민
Pf. 손열음
TV예술무대에서 선보인 굉장히 독특한 무대 (이 곡의 조회수가 가장 높다). 한재민의 나이가 어린것을 감안하면 이 무대는 인상적이다. 어린 나이의 악기를 배운 학생들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종종 보인다. 또한 자신을 뽐내는데에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없는 경우가 많기에 가장 화려한 연주를 보여준다. 특히나 9분 8초 부분에서 보여준 한재민군의 글리산도는 영상으로 봤을 때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맑고 튀는 음색은 항상 듣기 좋지만 피아졸라 특유의 저음 베이스 리듬이 잘 들리지 않아 아쉬움이 있는 곡이다 (녹음의 문제였을까?). 가볍고 화려한 연주이다. 만약 이 곡을 처음 듣는다면 이 영상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3. https://youtu.be/Lgx44DESzmo?si=5G6BTRKO6re0f5Nq
Vc. 심준호
Pf. 신재민
KBS 살롱드첼로 코너에서 연주된 영상. 우리나라 첼로 연주자이면서 심준호를 모르면 앞으로는 꼭 알도록 하자. 피아졸라의 호흡을 자신의 호흡으로 만들어 오는데 완벽히 성공한 연주라 생각한다. 진폭이 크고 느린 비브라토를 연주할 때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곡의 감상에 두려운 점은, 연주자의 의도와 다르게 느끼진 않았을까 생각을 할 때이다. 특이 이 연주는 그런 걱정을 많이 하게 되는데 다른 연주들에 비해서 과장되는 제스처를 많이 줄인 연주이다 (음악은 결코 그렇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를 절제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정열적인 곡에서의 절제는 수준을 그 연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장치일 수 있지만 자칫 곡이 재미없어질 수 있다. 그 중간의 지점을 잘 찾은 연주다. 마치 소설에서 열린 결말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처럼 약간의 절제라는 소금이 들어간 연주는 감상자의 상상력을 덧입혀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때문에 이 영상은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영상이다. 만약 이 곡이 마음에 들었다면 한 번은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https://youtu.be/pNz4DzrNVCI?si=xM-zfdeHIPnpydWX
Vc. 서우형
Pf. 이은지
영상만 봐서는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 나지만, 이내 이들의 연주는 대가에 도달해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국내 연주자들의 영상 중에서 가장 남미 본토와 가까운 연주라 하고 싶다. 피아노와 첼로가 합을 많이 맞춰본 것 같다. 앞선 한재민 군과 비슷한 점으로 감정에 굉장히 솔직한 연주이지만 차이점이라 하면 성숙함이 느껴지는 연주이다. 으레, 나이가 찰수록 성숙한 표현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차이가 어느 정도 느껴지는 연주이다. 끈적이며 공격적인 연주, 활을 이용하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 연주가 더 좋은 음향에서 녹음이 되어 나왔다면 굉장히 유명한 연주가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외에도 수 많은 첼로 연주자들, 거장들의 연주가 있다 (요요마라던가, 문태국이라던가). 어지간한 첼로 연주자들은 모두 이 곡을 연주해 본 것 같다. 늘 듣던 음악에서 벗어나 조금은 멋진, 주변에서 나만 아는 음악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이 곡을 권해주고 싶다.
추가로 아래와 같이 자신들만의 구성을 만들어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 아래는 반도네온, 첼로, 더블베이스의 연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r0DMsBY8Bmg
'음악 >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이스트 대강당] 5월 21 뱌체슬라브 그리야즈노프 피아노 렉쳐콘서트 감상문 (0) | 2024.05.22 |
---|---|
[금호아트홀 연세] 5월 19일 황건영 피아노 독주회 감상문 (0) | 2024.05.20 |
[YouTube] Sibelius Symphony No.2 in D Major, Op.43 감상 (1) | 2024.02.19 |
[YouTube] Histoire du tango: III. Night-Club 1960 감상문 (1) | 2024.01.06 |
[롯데콘서트홀] 12월 31일 정명훈 & 원코리아 오케스트라 <베토벤 합창> 감상문 (1) | 2024.01.01 |